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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차, 학원 가던 중 지하철에서.

9월 1일, 오랜만에 헬스장에 갔다. 아침일찍 땀을 빼고, 스타일을 다듬었다. 

 

왁스로 머리를 세웠다. 상의는 흰색 반팔 헨리넥 티셔츠, 하의는 검정색 슬랙스를 선택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입었다.

 

더운 날이었다.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지하철에는 자리가 없었다. 

 

앞 좌석에는 두 여성분이 계셨다. 한 분은 날씬하셨고, 책을 좋아하는 듯 했다. 한 분은 통통하셨는데, 가만히 이어폰을 꽂고 계셨다. 통통한 여성분에게 끌렸다. 여름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 연한 화장에 부드러운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지하철에서 내려주길 바랐다. 그러면 어쩔 수 없다며 합리화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내리지 않았고, 지하철은 내가 내릴 역으로 나아갔다.

 

심장이 뛰었다. 

 

짧게 숨을 마셨다. 머리를 쥐어짜 준비한 말을 건넸다. 몸을 숙이며 그녀를 불렀다.

 

"저기요."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이어폰을 뺐다. 

 

"제가 다음역에 내리거든요."

"그런데요?"

"청량리 역에서부터 고민했는데, 물어보지 않으면 오늘 하루종일 후회할 거 같아서요."

 

그녀에게 물었다.

 

"나중에 커피 한 잔 어떠실까요?"

.

.

.

.

.

 

"아, 제가 유부녀라서요."

"......"

 

사람은 원래 생각의 틀이라는 게 있는데, 그걸 벗어나는 상황에 직면하면 뇌정지가 온다. 나는 이때 뇌정지가 왔다. 아무말도 없이 그녀 앞에 가만히 서있었다.

 

말했던 다음역에 도착해, 그녀에게 인사하고 내렸다.

 

그 이유야 어쨌든, 첫 도전은 처참한 패배였다.

 


오답노트

 

{여성분의 왼손을 확인하자}

 

 

2021.09.01.